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골자는 건강보험재정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여, 의약품 구입에 지급되는 의료보험비를 조정 (사실상 삭감)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인데, 지금까지는 일정 조건을 구비하는 약물에 대해서는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었던 것에 반하여, 앞으로는 일정조건을 충족한 약물에 대해서만 의료보험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정조건이라 함은 pharmacoenonomics (약물경제학) 분석결과 기존 약물 대하여 비용대비 확실한 효과가 있는 약물을 말한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현 의료보험제도는 보험이라기 보다는 보조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의료보험의 지급 (사실상 보조금) 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다음 그림을 보자.
의료보험이 지급되지 않으면, 당연히 시장규모가 줄게 된다. 따라서, 제약사들이 목숨 걸고 약가적정화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일반적인 자유경쟁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곡선으로 표현되는 시장의 행태와 같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지만, 의료보험 즉 보조금이 지급될때의 시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 조금이 지급되면, 시장에서 가격과 거래량은 소위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에서 일탈하게 된다. 보조금의 효과로 인하여 수요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공급자가 지급받는 가격간에 괴리가 생기게 되고, 이 차이만큼을 보조금이 보전해주게 된다. 따라서, 의료보험의 지급총액은 이 가격괴리에 거래량을 곱한 값, 즉 윗그림에서 색칠한 직사각형의 면적이 된다. 그런데 바로 윗 그림과 제일 윗그림의 의료보험지급시를 비교해보면, 의료보험지급액수 전부가 총잉여 즉, 생산자잉여와 소비자잉여의 총합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바로 윗그림에서 삼각형으로 따로 떼어낸 부분만큼 (삼각형 SBD) 은 실제로 금액이 지급되면서도, 소비자와 생산자 누구에게도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만큼을 경제적 순손실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조금 지급이 가격을 바로미터로 하는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교란시킴으로써 발생한다고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의료정책결정자는 다음의 두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어떠한 정책이 소위 경제학적 순손실을 최대화 할 것인가 ?
2) 의료보험의 수혜자는 수요자여야 하는가 공급자여야 하는가 ?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가격탄력성이란, 가격의 변화에 따르는 공급량 혹은 수요량의 변화를 말한다. 자, 그럼 다음 그림을 보자
다 아시겠지만, 위 그림에서 우상향을 취하는 것이 공급곡선이고, 우하향을 취하는 것이 수요곡선이다. 가격탄력성이 상이한 수요곡선 두개를 그려 놓았는데, 위의 두가지 수요곡선중 기울기가 가파른 것이 가격탄력도가 낮은 것 즉 비탄력적 수요곡선이고, 기울기가 완만한 것이 탄력적 수요곡선이다. (일반적으로 기울기가 가파른 것이 탄력도가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위에서 가격이 y 축임을 생각하면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것이다)
위에위 그림에서 경제적 순손실의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보았으므로, 수요가 비탄력적일 수록 소위 이 경제적 순손실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따라 의료보험의 수혜자가 어떻게 변하는 지 살펴보자.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일정하고,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수요의 가격탄력도와 상관없이 균형거래량과 균형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할때, 보조금의 혜택이 누구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지는, 보조금에 의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가격이 균형가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즉, 수요가 비탄력적인 경우는 보조금이 지급되면, 환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균형가격보다 대폭 인하되는 반면 공급자가 지급받는 가격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반면, 수요가 탄력적인 경우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 환자가 지급하는 가격은 크게 인하되지 않는다.
여기서 의료정책결정자에게는 소위 다음과 같은 trade off 가 생긴다.
1) 수요가 비탄력적인 약물만 보험 대상으로 하는 경우 보조금에 의한 경제적 순손실이 커져, 보조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
2) 수요가 탄력적인 약물을 포함시키는 경우 보조금의 효율성은 커지나, 그 이득은 환자가 아닌 제약사에게 주로 돌아가게 된다.
따 라서,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감기약 같이 수요가 탄력적인 약물에 의료보험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이나, 수혜자를 생각한다면, 항암제같은 수요가 비탄력적인 약물을 우선해야 그 혜택이 주로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보조금의 성격이 짙으나, 어쨋든 수혜대상자는 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의문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결정자에 대응하는 제약사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가 ? 정답은 없겠으나, 내 생각에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수요의 가격탄력도가 높은 약물에 부과되는 보험으로 제약사가 얻는 이득이,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 재투자된다는 것을 제약사 스스로 증명함으로써, 기존의 소위 네가티브 리스트 제도가 오히려 의료보험 재정의 경제적 효율성도 높이면서 궁극적으로는 보험지급금의 수혜 여부도 제약사보다는 환자에 더 많이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 예를 들자면, 제약사들은 보다 안전하고 효능있는 약물의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더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설득해야 맞는 자세라고 본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국내 제약 산업 기반을 뒤흔들어, 약품 주권을 뺏기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제약사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웬지 좀 구차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현실은 이와는 영 다른 것 같아 찝찌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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