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2, 2008

제네릭약가

KDI 에서 국내 제네릭 약가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후 업계가 시끄럽다. 제약업과 관련이 없는 분들이야 그런가보다이겠지만, 제네릭 약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중소 제약업체에 있어서는 만일 이러한 연구가 약가제도에 반영된다면 기업의 사활이 걸린 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약가격 거품 너무 심하다

제약협, 우리 제네릭 약가가 너무 비싸다고?

KDI 연구결과에 대한 제약협의 반반문은 사실상 촛점에서 약간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KDI 연구의 핵심은 제네릭 약품이 다수 출시되어도 이것이 약가제도에 의하여 시장논리에 입각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제약협의 반박문은 우리나라의 오리지날 약품 가격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제네릭 약물 가격이 오리지널의 70-80% 나 되는 것이지, 오히려 절대가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제네릭 가격이 외국에 비해 더 낮다는 것이다.

현재 제도상 제네릭약가는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만료되어 출시되는 첫 다섯개 품목에 대해서는 오리지널 약가의 68% 를 보장해 준다. 이후부터는 월 기준으로 약가신청 순서에 따라 직전 최저가의 90% 가 되는 식이다. 예를들어 오리지널 약가가 1000원이라면, 첫 출시되는 다섯개 제네릭 제품의 약가는 공히 680원이 되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최저가의 90%, 즉 612원, 551원, 496원식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문 제는 여기서부터인데, 아무리 제네릭 제품이 100개 200개가 나온다고 해도, 한번 정해진 약가는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다 (물론 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장가격을 조사하여 약가재평가를 하기는 하지만, 그 2년동안은 고정된 약가가 유지된다). 환자는 복용하는 약가 총액의 30% 만 부담하게 되어있고, 나머지 70% 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한다.

제네릭과 오리지날 그리고 제네릭 약물간은 생물학적 동등시험 혹은 기타 약동이나 의동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입증하여야 허가가 나오므로, 사실상 동일한 약이라 볼 수 있다. 소위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commodity 이다. 그런데, 약가신청순서 (사실상 허가순서) 에 따라 어떤약은 1000원 어떤약은 500원일수도 있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겠으나, 사실상 생산경비는 제약사간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으므로, 결국 이러한 약가의 차이는 바로 기업의 수익률로 연결된다. 생산원가 100원이라 할 때, 1000원짜리 약은 단위당 900원이 남고, 500원짜리 약은 400원만 남는 것이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다른 가격을 지불할 바보는 없으므로, 시장논리에 의하면 시장가격은 공히 최저가로 수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가격이 고정되어 있으니, 시장가격은 약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상식으로 생각해보면, 소비자들이 (약이니까 환자들이) 최저가 제품을 선택하여 구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약의 경우 특수한 상황은 지불자와 구매의사결정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즉 구매결정은 의사가 하고, 지불은 소비자와 보험공단이 하는 상황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싼 약을 구매하고 싶어도, 의사결정은 딴 사람이 하기에 선택이 불가능하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민주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약이야말로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의사의 선택을 뒤집을 만큼 (즉 싼약을 처방해달라고 할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한국은 전문약에 대한 광고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저가약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자기의 제품은 고가제품과 품질상 동일하나, 가격이 더 싸다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약값을 자기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실 싼약을 선택할 인센티브가 없다. 오리지날과 제네릭을 비교하자면, 의사 입장에서는 양자가 생동시험을 통해 동일성을 입증했다고 해도, 제형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 오리지널은 대규모 임상시험 및 출시후 PMS 등을 통해 오랜기간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므로, 환자를 위하여 선호할 수 있는 유인요소가 있다. 하지만, 제네릭과 제네릭간의 비교라면, 어느약이 어느약보다 낫다는 것은 사실상 증명하기도 어렵고, 의사로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기준도 없다.

앞서서 동일한 약인데도, 제도에 의해 어떤약은 900원이 남고, 어떤약은 400원밖에 남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러면, 이 900원과 400원의 이익은 어디로 갈까 ? 선택권을 쥐고 있는 의사에게 판촉하는데 들어갈 공산이 크다. 기술적으로 경쟁제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우므로, 결국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여기서 900원 남는 회사와 400원 남는 회사의 차이가 발생한다. 900원 남는 회사는 이중에 500원을 의사에게 어떤 형식이던 판촉으로 사용해도, 400원이 여전히 남지만, 애시당초 400원 밖에 안 남는 회사는 판촉으로 쓸 여력이 별로 없다. 환자의 부담을 같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헌신적인 의사보다는 100원 200원이라도 자기에게 떨어지는 약에 대해 끌리는 의사가 더 많은 것은 인지상정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

공정거래법이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하는 각종 비공정 거래 관행에 대하여 정부에서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제도 자체가 이렇게 되어 있으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죽기살기로 개발일정을 맞추어 높은 약가를 받고자 하고, 여기서 남는 이익으로 불공정 판촉행위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잘못되어 걸려서 과징금을 내더라도, 관례상 부당이익의 범위 내에서 정해지게 되어 있고, 걸릴 확률까지 고려하면, 걸릴거 무서워 리베이트 안 준다는 것은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건강보험재정의 누적적자가 수십조에 이른다고 하고,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누차에 걸쳐 천명하고 있는 정부는 도대체 왜 이런 엉터리 같은 제도를 유지하느냐 말이다. 아마도 굳이 논리를 찾는다면, 자국 제약사업의 보호라는 명분 아닐까 싶다. 제약사의 신약개발역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상위 몇몇 제약사에 국한되는 얘기이지. 아직도 95% 이상의 제약사는 제네릭 아니면 개발역량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실제 상위 제약사의 경우도 전체매출의 50% 이상을 제네릭이 차지하고 있고, 신약이라 해도 대개 해외에서 도입한 신약이지, 이 부분을 뺀다면, 아마 대개의 경우 8-90% 이상의 매출이 제네릭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제네릭 가격을 시장논리에 맡겨 버리면, 정부의 특별한 개입없이도 자연스럽게 산업구조조정이 일어나, 외자사와 몇개의 거대 국내 제약사만이 업계에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정부가 현재와 같은 제네릭 약가제도를 유지하는 유일한 근거가 아닐까 싶다.

과거의 경험으로 우리는 산업태동기에 약간의 정부보호는 약이 될지언정, 정부의 과보호는 궁극적으로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산업발전에 해악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네릭에서 업체들이 달콤한 이익을 빨아먹을 수 있는 동안, 엄청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그나마 성공확률도 크지 않은 혁신신약에 투자할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작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에 가까운 투자가 필요하고, 기간만 따지더라도 짧게는 6-7년, 길게는 10년이상이 걸린다. 이런 장기간의 고위험 투자의 전제조건은 성공하는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수익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혁신신약개발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정당한 독점권과 이익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다만, 너무 혁신적이어서 특정 질병에 거의 유일한 치료약을 정도라면, 약이라는 것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먹을까 말까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제품이 아닌 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지나친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제, 이를테면 엄격한 급여기준 정도의 통제만 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사보험의 장려 및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지원의 강화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많다고 본다. 요즘처럼 무조건 약가를 후려치는 식의 작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약가를 후려치려면 먼저 정부에서 약물경제학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쓸데 없이 제네릭 약물에 들어가는 재정부담을 최소화 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혁신신약의 독점적 지위를 깨는 기업도 혁신적 기업이다. 특허만료에 앞서 합법적으로 특허를 무효화하거나, 회피하여 개발된 제네릭에 대해서는 오리지널의 68% 혹은 그 이상의 약가를 보장해 주거나, 아니면 제네릭에 대해서도 일부 독점권을 허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도 한시적으로 예를들어 second generic 이 나올때 까지, 혹은 발매후 1년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제네릭 약품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하여 업계에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하므로, 결국 시장의 자율적 가격조정 기구에 맡겨야 한다. 정부의 기대처럼 허가순서로 약가를 차등화하여 전반적으로 평균가격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위에서 쓴 것 처럼, 고약가 업체의 과도한 판촉으로 이어지고, 그 혜택은 환자가 아닌 업체와 의사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시장논리에 입각하지 않은 불필요한 정부의 개입은 장기적으로 결국 산업에 해악을 가져온다는 점만 명심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제약산업도 발전의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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