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3, 2011

새해

매년 첫날이야 휴일이니 평상이 시작되는 오늘이 사실상 새해 첫날이 된다. 회사의 시무식 또한 휴일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공식적인 업무 개시일도 오늘이 된다.

회사란 곳이 하루의 절반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회사 얘기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은 참으로 복잡한 한해였다. 메디칼 뷰티란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그 전해 였지만 (처음 제안한 것은 professional beauty 였지만, 뷰티의약 혹은 피부의약에서 메디칼 뷰티란 보다 보통명사스러운 단어의 기원은 나였다), 그룹으로부터의 압박이 본격화 된 것은 작년이 시작이었다 (To avoid doubt, 압박을 거부하는 것은 절대 아님, literally). 해 중간에 주력 시술제품과 동일한 포지셔닝을 가지나, 가격은 저렴한 경쟁품이 출시되면서 어 이상하다 싶더니, 하반기로 가면서 매출이 비틀거리고, 특별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데도 과도한 목표를 잡았다 싶었던 다른 주력상품 역시 성장은 해 냈으나 목표에는 크게 미달했다. 새해 벽두 들어닥친 정부기관의 감사로 영업정책에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시장상황은 급변하는데 영업방향은 우물쭈물하자 현장의 아우성은 커져만 갔다.
결국엔 마지막달 12월 수장이 갈리고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는 변(?)을 겪고 보름 남짓 어설프게 조직이 재구성된 상태에서 새해를 맞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식적 새해 첫날이 과히 즐겁거나 힘차지만은 않다. 눈앞에 쌓인 할 일이 너무 많고,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나가려니 마치 앞에 큰 벽이 놓인 것만 같다. 한쪽의 조언이라도 찾아보려고 지난 몇일 서점에서 한 무더기 책도 사다 읽었고, 책장에 꽂힌 채 먼지만 먹고 있던 과거 마케팅 책도 다시 뒤적거렸다 (이쯤에서 토이스토리 생각이 나기도 했다). 과식의 후유증이랄까 머리가 맑고 선명해지기는 커녕 온갖 잡동사니 지식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오히려 머리는 전보다 뿌옇고 흐르멍텅해진 것 같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정확하게는 같은 그룹의) 대학 후배가 트위터에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세분하여 의미 있게 만들어 준 선조들께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 말 맞다나, 1월이니 12월이니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다. 인위적으던 작위적이던 어쨋던 사업은 1년을 단위로 더 쪼개면 반기 그리고 분기 그리고 월을 단위로 흘러나간다. 특히나 올 한해 굵직굵직한 이벤트의 기반은 1월안에 마쳐야 한다.

경영진에 있다는 내가 이렇게 불안하고 어지러운 판에, 밑에 있는 친구들이야 오죽할까 (오히려 그네들은 나보다 더 명랑할 수도 있겠지만) ? 1월이 중요하고, 그 첫주가 중요하며, 그 첫날이 중요하다. 오늘은 선대회장님 묘소 참배로 시작한단다. 그리고나서는 신갈에 있는 연수원에서 시무식이 있다.

새로운 책임이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금까지 내안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잠재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가지 구상 어쩌면 대재앙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아침 신문을 보다 보니 70년대 현대차가 제1호 자체모델 포니를 개발하면서 정주영 회장이 기술책임자에게 한 말이 실렸다 "아 이사람아 망해도 내 돈 까먹지, 자네 돈 까먹나? 왜 이리 소심해? 내 돈 가지고 한번 해보라고".

1 comment:

  1. 이장영 박사님,
    아주 좋은 블로그를 올리셨네요.
    한국도 이제는 혁신(innovation)에 더 많는 incentive를 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사회제도가 "삽질"을 더 숭상하는군요.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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